큰 달걀 구하던 닭 배아 연구 바뀐다…부화율 70% 만든 ‘두 번 옮기기’

큰 달걀 구하던 닭 배아 연구 바뀐다…부화율 70% 만든 ‘두 번 옮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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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방식 최대 걸림돌이던 80~90g 특대란 대신 같은 닭 무리의 계란 활용

1단계 배양 11.8%에 그쳤던 부화율, 2단계 방식에서 70%로 상승

닭 배아를 이용한 유전자 연구에서 의외의 난제가 하나 있다. 연구에 사용할 수정란보다 훨씬 큰 달걀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닭 수정란의 내부를 직접 관찰하거나 세포를 주입하려면 난각을 열어야 한다. 문제는 난각을 연 뒤에도 배아가 정상적으로 성장해 병아리로 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다시 만들어줘야 한다는 데 있다.

이때 사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대리난각 배양’이다. 수정란의 난황과 난백을 다른 달걀 껍데기로 옮기고, 열린 부분을 투명한 막으로 밀봉해 배양하는 방식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을 논문과 특허자료를 통해 살펴보면 이번 연구의 핵심은 단순히 ‘달걀 크기를 조금 줄였다’는 데 있지 않다. 배아를 두 단계에 걸쳐 옮기는 방법과 대리난각의 크기·절단방법을 조정하면서 기존 연구에서 필요했던 특대란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는 점이 핵심이다.

수정란 60g인데 대리용 달걀은 80~90g 필요했다

기존 대리난각 배양법에서는 배아가 성장하면서 더 큰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두 번째 대리난각으로 상당히 큰 달걀을 사용했다.

연구진이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공여 수정란의 무게가 약 55~60g일 경우 기존 방식에서는 이보다 최소 25~30g 무거운 80~90g 수준의 달걀이 필요했다.

문제는 이런 크기의 달걀이 일반적인 생산계군에서는 흔하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연구기관이 다른 닭 무리에서 특대란을 따로 가져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외부 계군에서 계란을 반입하면 단순한 구매 문제를 넘어 방역 문제가 따라온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외부에서 가져온 계란의 경우 살모넬라나 마이코플라스마 등 난계대 감염병과 전염성 질병 관리 문제 때문에 검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기존 방식의 한계로 지적했다.

즉 ‘큰 달걀 하나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실제 연구 현장에서는 실험재료 수급과 방역 관리가 동시에 얽힌 문제였던 셈이다.

한 번에 옮겼더니 부화율 11.8%…두 번 나누자 70%

연구진도 처음부터 높은 부화율을 얻은 것은 아니다.

논문을 보면 연구진은 먼저 달걀 껍데기에 작은 창을 내 배아를 관찰하는 이른바 ‘윈도우 방식’을 시험했다. 하지만 이번 실험 조건에서 병아리까지 부화한 비율은 2.8~5.6%에 그쳤다.

다음으로 수정란의 난황과 난백을 처음부터 수정란보다 약 10g 큰 하나의 대리난각으로 옮기는 ‘1단계 방식’을 시험했다.

이 방식에서는 배양 4일째 살아 있는 배아의 비율이 30.8%, 최종 부화율은 11.8%였다.

연구진이 선택한 해결책은 한 번에 큰 껍데기로 옮기는 대신 배양과정을 두 단계로 나누는 것이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수정란보다 약 4g 무거운 대리난각으로 옮겨 초기 배아를 키운다. 이후 배양 4일째 살아 있는 배아를 수정란보다 약 10g 무거운 두 번째 대리난각으로 다시 옮긴다.

그 결과 배양 4일째 배아 생존율은 90.7%까지 올라갔고 최종 부화율은 70.0%에 도달했다.

단순히 더 큰 달걀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배아 발달단계에 맞춰 공간을 두 번에 나눠 바꿔주는 방식이 초기 생존율을 크게 높인 것이다.

‘큰 알’ 대신 껍데기를 여는 위치도 바꿨다

등록특허를 살펴보면 또 다른 기술적 차이도 확인된다.

기존 방식에서는 두 번째 대리난각의 둥근 쪽을 비교적 크게 절단했지만, 개선된 방식에서는 달걀의 뾰족한 쪽에 약 3.5cm 크기의 구멍을 내도록 했다.

연구진은 이 구조를 통해 수정란보다 약 10g 정도밖에 크지 않은 대리란을 사용하면서도 배아의 혈관이 밀봉용 랩에 닿는 것을 줄이고, 혈관이 성장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 청구범위에도 두 번째 대리난각으로 수정란보다 10~15g 무거운 알을 사용하고, 같은 연령의 닭 무리에서 생산된 계란을 이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관련 기술인 ‘동일 연령 축군 계란 유래 대리난각 배양 시스템’은 2023년 9월 출원됐으며 2026년 1월 27일 등록됐다.

같은 닭 무리에서 연구용 계란을 모두 확보

이번 기술의 실용적인 의미는 연구기관이 수정란과 대리난각을 모두 하나의 닭 무리에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있다.

특허 명세서에 따르면 개선된 2단계 배양시험에는 공여 수정란 77개가 사용됐으며, 공여란의 평균 무게는 약 57.2g이었다. 두 번째 대리난각은 공여란보다 평균 약 10g 무거웠다.

특허에는 총 77개 가운데 51마리가 부화한 것으로 기재돼 있으며, 5회 반복실험의 평균 부화율은 70.0%로 제시돼 있다.

이는 기존처럼 80~90g급 계란을 다른 계군에서 별도로 조달하지 않더라도 연구용 대리난각 배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러한 시스템이 단순한 병아리 부화 연구를 넘어 닭의 생식세포나 유전자 전달물질을 배아에 주입하는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논문에서는 수정란의 배반에 녹색형광단백질(EGFP)을 발현시키는 렌티바이러스 입자를 주입한 뒤 개선된 대리난각 방식으로 배양했으며, 배양 7일째 배아에서 형광 신호를 확인했다.

유전자변형 닭부터 조류 생명공학 연구까지

닭은 포유류와 달리 배아 발달 대부분이 모체 밖의 알에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살아 있는 배아를 직접 관찰하고 세포나 유전자 전달물질을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공학 연구에 독특한 장점이 있다.

반면 단단한 난각 때문에 초기 배아에 접근하기 어렵고, 난각을 열 경우 부화율이 떨어지는 것이 오랫동안 기술적인 장벽으로 작용했다.

이번 연구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배양법을 처음 만든 것이라기보다 기존 대리난각 기술이 가진 ‘특대란 확보’라는 현실적인 병목을 줄이면서 기존 수준의 높은 부화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개선한 연구​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대리난각을 쉽게 확보할 수 있게 되면 향후 유전자변형 닭 생산, 생식세포 이식, 가금류 유전자원 연구 등 다양한 조류 생명공학 실험에서 연구재료를 관리하기가 한층 수월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해당 연구는 국립축산과학원과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 2024년 제14권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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